Baek Hwa Young's profile

황시현, BLUETIME-침묵과 휴식, 캔버스에 유채, 60호, 2021

우리 눈의 시야는 날씨나 계절에 따라 다르다. 추운 계절엔 몸도 감각도 웅크리고 위축돼 시야가 넓지 못하다. 겨울철의 대지가 우리 눈에 자극이 될 만한 것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따스한 햇살 아래 기지개를 켜는 봄날은 우리의 시야도 멀리까지 확장된다. 자연의 역동적인 변화를 탐하기 마련이다.

화창한 날, 두 다리를 뻗고 앉아 파란 하늘과 먼 산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황시현의 화면. 빛이 곱디고운 하늘과 보드라운 약솜 같은 구름을 배경으로 한 망중한이다. 일과의 종료이자 휴식을 알리는 빈 의자, 그리고 구름과 맨발이라는 다소 생소한 설정과 조합이 마그리트류(類)의 시적 감흥을 차분히 자아낸다.

일러스트 같은 단조로운 화면 속에서 각 이미지는 강한 환유(換喩)를 부각시킨다. 역광 속에 표정이 생생하게 드러나는 발이나 의자가 그렇다. 그것들이 배경과 상호작용해 정화와 안식의 세계로 인도한다. 들리는가, 내면에 울리는 자연의 곡조가. 지친 뇌와 신체에 휴식을 주는 ‘멍 때림’의 순간에만 들리는 노래.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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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시현, BLUETIME-침묵과 휴식, 캔버스에 유채, 60호,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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